한여름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가 그 주인공. 기운을 돋우는 보양식이다. 흔히 전골이나 볶음, 날로 먹는 것과 달리 물회로 먹는다. 먹는 모양새가 남다르지만 맛과 영양은 그만이다.
낙지물회는 함평읍 기각리에서 나비수산을 운영하는 김덕모·송경희 부부가 원조다. 2002년 여름, 입맛을 돋우는 먹을거리를 찾던 중 낙지물회를 생각해낸 것. 집에서만 해먹다 주변 반응이 좋아 식당 대표메뉴가 됐다.
낙지물회는 커다란 대접에 낙지를 잘게 잘라 넣고 오이와 적채, 고추, 깻잎, 양파, 제철 과일 등으로 버무려 나온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마늘, 막걸리식초, 설탕,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춘 양념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맛의 비결은 원재료와 정성. 낙지는 무안이나 함평에서 나는 뻘낙지만 사용한다. 낙지가 잡히지 않으면 어떨까. 그날은 가게 문을 닫는다. 수입산이 판을 치는 세상에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올해는 한파와 꽃샘추위가 극성을 부려 낙지가 많이 나오지 않아 쉬는 날이 많았다는 송경희씨는 “낙지를 요리할 때 껍질을 벗겨내야 질기지 않고 끈적임 없이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다”며 “새콤달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전에 이 맛에 반했다. 노 대통령이 낙지물회를 처음 맛본 건 2008년 4월과 7월. 당시 권양숙 여사와 함께 함평을 방문했던 노 대통령은 “지금껏 안 먹어본 음식이 없는데 이런 음식도 있었냐”며 “이렇게 깔끔한 맛은 처음”이라고 감탄했단다. 가게 중앙에는 노 대통령이 친필로 쓴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